콱 막힌 비강과 불어터진 사상과 흘러 넘치는 자의식과 엎어진 인생 뒤범벅 된 반주로 노래하는 검은 잉크
죽음은 수마와 같이 밀려 드는 것 흔치 않을 것도 없이 그는 늘 발치에서 찰랑거린다 아니, 어쩌면 목 끝까지 차 있는 것도 같고 사실 나는 물에 살아서 잠긴 것과 아닌 것을 잘 구분치 못 한다
무언가 건지기 위해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의 바깥 또한 심연임을 깨닫게 된다 안에서 안을 들여다본다 혹은, 바깥에서 바깥 빛이 없으므로 눈은 암적응 하지 않는다 경계가 모호해진다 곧 관찰자도 사라질 것이다
모든 부품에는 쓸모가 있다고 당신은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살펴보니 꼭 그렇지도 않던데요 여기도 있잖아요 톱니바퀴 빠진 자국이요,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가는 걸요?
종이를 반 찢어 구불구불 선을 그으면 그제 어딘가 있을 지도가 되듯 대충 흙덩이 북 찢어 구불구불히 구겨 놓으면 바로 이게 되는 것이겠지 그리곤 그 지도를 둥글게 뭉쳐 거기다 꽂아놓음 이 곳이 되고 거기에 까만 식탁보를 한 장 깔아놓으면 거기가 우주인 것이지 재미나고 단순한 조물주 놀이.
"반쪽짜리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야" 인터뷰하려 펜을 쥐면 지천이 하얗다. 펜질을 하자, 까맣게. 검은 종이를 구기고 구기고 구기고구기고구기고구기고 구기면 허공에 구멍이 날까. —이론적으로 못할 것도 없지만…— 까맣게 구긴 종이는 그제 쓰레기통으로 퍽 어울리는 결말이다.
지난 해 줄곧 마음에 기근이 들어 이루어 낸 곡식 없고 꽃 피운 열매 없고 버릴 것도 취할 것도 내게는 없었다 가물어 든 지성과 양심아 앙상히 말라 거둘 것 없이 언제쯤에야 고갤 떨구느냐 피운 것 없이 고개만 빳빳히 쳐든 마른 밭을 지천에 두고 나는 얼마를 더 걸어야 닿느냐 성년(成年)이란 얼마나 멀리 있느냐
콘트라베이스 울음에 내 머리가 밤 위로 무너졌다 무너진 머리가 천장을 가려 밤에는 어둠이 들지 않고 밝았다 눈이 부셔 눈을 깜빡깜빡하면 콘트라베이스가 또 울었다 지잉-지잉 하고
세계에서 유리되어 가는 나의 정신 자꾸만 옹그라드는 자아를 나는 억지로라도 쫙쫙 펼쳐놓는다 나의 관이자 영원한 안식처 중추 속의 블랙홀이 끝도 없는 중력으로 자아가 자아를 삼키고 있다
그리움은 불시에 예고도 없이 찾아오고 나는 못다 한 말들을 엮어 꿈까지 가닿는다 잠 못 이루는 밤 짙게 남은 그리움의 잔향이 엮은 말들을 머리맡에 치렁치렁 걸어둔 채 떠난다
때때로 이웃은 은하처럼 멀고 우리집 앞은 우주만큼 넓고 길가를 지나는 이는 모두가 외계인
객석에서 나가고 싶지 않아요 불이 켜지면 난 사라지고 앉아있는 내 자리만 남죠 그럼 난 거기서 음흠흠 노래나 들으며 가끔은 손이나 흔들며 세상에서 사라지죠 난 거기에 없죠 불을 끄지 말아줘요 난 여기에 없으니 모른 체 해줘요 날 내쫓지 말아요 조명은 그냥 둬요 객석의 가장자리 얌전히 있을테니 나 영원히 여기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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